Ji Mingyoung
About
올려다보는 것으로 자연을 만난다. 대기의 흔들림 속에서 빛과 검정이 맞물리는 순간, 자연의 점과 선들이 떠오른다. 점과 선은 오르내리며 얼굴의 윤곽이나 신화적 형상, 생명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이 이미지들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라기보다 세계가 나를 통로 삼아 표면 위로 드러나는 것에 가깝다.
〈씨 뿌리는 자 b.2009〉은 동서양에서 구원자로 비유되는 남자아이, 동자의 상징성에서 시작되었다. 씨를 뿌리는 몸의 감각을 따라 밝은 동굴 같은 내면에 형상들을 새기고 문지른다.
한지와 나의 숨이 맞닿을 때 먹은 겹을 이루며 빛의 표면으로 밀려 올라온다. 나는 그림 속 공간이 하나의 진동처럼 느껴지기를 바란다. 묵묵한 형상들은 서로 마주하며 생명을 일깨운다.
형상은 추상에서 솟아나고, 추상은 다시 형상으로 모여든다.
지민경작가는 전통 한지 위에 먹으로 존재의 근원을 점과 선, 공간으로 환원해, 미세한 감각들이 연결되고 흔들리며 결국 하나의 생명력들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씨 뿌리는 자’는 생명을 전하는 상징적 존재다. 농부의 행위와 신의 존재를 통해 구원자라는 존재를 남자 아이(동자)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이 작은 존재는 점(씨앗)을 뿌리고, 그 점들이 선이 돼 공간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세상과의 교감을 이끈다. 종이 위에 하나씩 쌓여가는 점들은 작가의 호흡과 시간, 그리고 손끝의 떨림이 고스란히 담겨 생명력 있는 모습으로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조화를 그려내고 있다. 회화는 작가에게 있어 감정을 새기고 시간의 흐름을 붙잡는 도구이며, 관객은 그 조용한 떨림의 흔적을 따라가며 내면의 성장과 태도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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